작성일 : 17-12-09 07:44
왜 우리아이들은 50%만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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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웹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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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아이들은 50%만 행복할까?
프랑스 소르본대학의 인문학 박사이자 대학교수를 거쳐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박대진씨는 얼마 전 <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 라는 책을 냈다. 수많은 육아서 중에서 이 책이 유독 가슴에 와닿은 이유는 모성애, 불안감이라는 덫에 걸려 엄마들이 착각하기 쉬운 함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치열한 육아와 교육 현장에 있었던 그의 경험은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게 했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95%가 실패하는 곳에 투자할 것인가,
100% 성공하는 곳에 투자할 것인가


<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 를 읽으면서 7년 전, 육아 잡지 편집장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생각났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학원으로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나라,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뛰어나면 행복한 엄마들, 아이에게 돈을 쏟아붓지만 엄마와 아이는 과연 행복할까, 조기교육을 받으며 유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 육아와 교육의 원칙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현실이 바뀔 수는 없는 것인가 등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육아의 목적은 아이의 행복이고 육아의 주체는 엄마와 아이이며, 따라서 엄마의 육아 철학이 '엄마와 아이의 행복'이면 안 되는 것일까. 교육 이전에 행복한 삶이 목표인 엄마 문화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 엄마 문화를 만들기 위해 육아 잡지에 도전했던 것이 생각났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의 욕심도 함께 자라납니다. 프랑스에서는 옆집 아이가 영어를 하면 '그 집 아이가 영어에 소질이 있구나'라고 반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 아이도 영어를 잘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엄마의 뜻대로 이룰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과의 동일시가 쉽습니다. 즉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교육 열풍의 첫 번째 원인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면(우리는 말과 행동이 종종 다르니 '행동'만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성공 확률은 5%다. 명문대에 진학하는 확률은 5%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엄마들은 엄마가 노력만 하면 내 아이가 그 5% 안에 들 수 있다고 착각한다. 즉, 90%가 넘는 엄마들이 착각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확률이 90%인 공부 못하는 아이를 위한 교육기관은 아무 곳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90%의 아이를 불행하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90%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겠지만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라고 말 할 건가요? 90%가 넘는 나머지 아이들도 목적지에 도달할 방법이 있습니다. 교육의 원래 목표로 돌아가면 됩니다. 공부를 왜 잘해야 하나요?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을 얻고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면 행복하리라는 믿음 때문 아닌가요? 결국 우리가 아이를 몰아붙이고 학원과 학습지를 시키는 최종 목적은 아이의 행복입니다.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가로 질문을 다시하기로 합시다. 첫 번째 길로 목적지에 도착할 가능성은 5%정도, 두 번째 길로 목적지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은 100%에 가깝습니다. 어느 길을 선택 하겠습니까?"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교육을 선택한다면 아이 100%가 성공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다


핀란드의 한 교육행정가는 "교육의 목표는 학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나라 교육행정가가 부모와 선생님, 아이들에게 "교육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했더니 입을 모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죠"라고 답했다. 1등을 하는 것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좋은 대학을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 교육의 목적이 아이의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것이 충격적이어서 조금 서글퍼졌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그가 대학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자신이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알지 못했고, 대학이 그것을 아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전 인생을 통해 저축해놓은 모든 돈을 제 학비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면 소박한 생활에서도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삶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는 아이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고기 잡는 강의만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아이들은 산만하다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어른인 우리도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집중해서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힘든데, 아이들은 그것을 쉴 틈 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존 전략처럼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가 넘으면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불안하거나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충분히 자신과 사회를 탐색할 시간, 실패해볼 시간, 그 실패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 어른이 해야 할 일은 그 시간들을 옆에서 기다려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를 대할 때 기계공의 마음에서 정원사의 마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기계를 조립하는 것처럼 부품을 가지고 만들어내면 그대로 나오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이와 부모 모두 불행해집니다. 씨앗을 뿌려놓고 천천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 아이가 떡갈나무가 될지 사과나무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떤 나무는 열매를 맺는 데 10년이 걸리고, 어떤 나무는 1년 만에 부쩍 키부터 크기도 하죠."

행복도 맛본 사람만이 안다


"엄마들은 '지금 희생하면 나중에 행복해질 거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참아야지'라고 말하면서 서로의 행복을 유예합니다. 그런데 좋은 대학을 가면 정말 행복할까요? 유엔경제사회국 청소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자살률이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렵게 취직을 하면 행복할까요? 2011년 웅진씽크빅과 인크루트가 진행한 '직장인 행복도 리서치'를 보면 조사대상 중 약 21.6%만 행복하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재의 행복을 뒤로 미루고 '나중의 행복'을 기다리는 것은 미련한 짓입니다. 우리에게 나중이란 오지 않으니까요."
그는 행복도 습관이나 버릇, 혹은 전통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행복하기 위해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속에는 행복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라는 중요한 함의가 담겨 있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행복하게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아요.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먹고살기 바빴고 행복보다 당장 생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어릴 적 우리가 보고 배운 것은 어쩌면 행복을 유예하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그 아이들이 커서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 행복한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행복 연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 마음껏 놀고, 친구와 사귀고, 부모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빈둥거리는 것.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런 것들이 평생 자신의 행복의 씨앗이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하고 놀 줄 아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평생 에너지 발전소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그것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와 엄마 중 하나는 어른이어야 한다


"'메라비언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때 시각은 55%, 청각은 38%, 언어는 7%의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와 이야기할 때 내용 자체가 주는 영향은 7%밖에 안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면 아이는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부모의 거친 행동이나 화난 감정에만 반응합니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아이 탓이 아니라 불안하고 조급한 내 탓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생각은 결국 상대방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이와의 실랑이에서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싸움을 하는 순간, 어른과 아이 사이의 질서는 무너져버린다. 아이와의 대화가 친구나 부부끼리의 싸움과 다르지 않게 될 때, 우리는 이미 아이에게 어른일 수 없다.
"어른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스스로 주관적인 사고를 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편을 독립된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감정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가지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더 나아지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내야죠. 그게 바로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어른이 되는 방법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엄마의 탈을 쓴 또 다른 어린아이는 아니었나 반성했다. 어른이라면 아이의 떼쓰기, 반항을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아이와 나 둘 중 하나는 적어도 어른이어야 하니 말이다. 정작 내가 어린아이처럼 굴면서 아이가 나를 어른으로 인정해주길 바랐던 것은 아닐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나와 아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 진심으로 상대방을 바라봐주는 것, 타인의 실수와 실패를 받아들이고 도와주는 것, 말이다.

기자/에디터 : 장세희 / 사진 : 이지아 [http://comm.eduniet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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